그러고 보니 나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큰 지분이 있는 건 성당 생활이 아닌가! (아닌가? 이제 … 재봐얄듯) 유아 세례를 받은 나는 동요를 배우기 훨씬 전부터 매주 미사에 참석하며 성가를 들어왔다.
왜 종교는 음악을 이용하는 걸까? 아니 기독교가 그런 거겠지. 원래 불교에는 음악이 사용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찬불가라는 게 생겼다고 한다. 이슬람교도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반면에 기독교라는 종교에서 음악은 정말 중요하다. 미사 시간의 절반은 ‘말’이고 절반은 ‘노래’다. 신자들의 모임도 묵주 기도나 성경 공부를 위한 모임만큼 중요한 모임이 성가대 활동이다. 성가의 전통은 꽤 길어서 현대 기독교의 미사와 예배에서도 중세의 하이든이나 멘델스존이 작곡한 노래가 그대로 쓰인다. 기독교가 언제부터 음악을 그렇게 많이 활용하게 됐는지, 왜 그랬을지 궁금하긴 한데, 내가 알아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가뜩이나 음악이 부족한 집안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듣고 부르는 교회의 성가는 내 유년 시절 음악 활동의 모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사에 가면 기도나 강론 중간중간에 사회자가 ‘성가책 몇 쪽’을 펴라고 한 다음, '다 같이 부릅시다'라거나 '성가대의 노래를 들읍시다'라고 지시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대부분의 성가를 알고 있었고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철이 들고 나서 무신론자가 되어간 후에도 가끔 내 입에서는 그때 그시절의 성가 소절이 무심결에 흘러나올 때가 있다. 그건 스스로는 거의 의식 못하는 상황인데, 알고는 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준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는 내가 기분 좋을 때 “하알렐루야~” 하는 식으로 성가를 흥얼거릴 때가 있다고 주장했고, 나는 기억도 전혀 안 나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무의식에 뿌리 내린 음악이 종교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그게 나의 음악 취향이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이후의 내 행보를 보면 전혀 관계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예전부터 인디 성향의 영국 팝을 좋아하고 재즈나 힙합을 배경음악으로 선호하니까 말이다.
멘델스존 할렐루야
https://youtu.be/YtEviDTyh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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